저자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핀자루 아델리나, 로드리게스 로페즈 엘리아, 리티카 듀타보도일 2016.09.30

요 약
[눈앞의 행복을 거머쥐는 사회적 시스템]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힘 중에 하나가 사회적 제도이다. 행 복은 순간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조 건을 제공해주는 존재는 사회적 환경이다.
[행복의 비밀은 시간이다]
좀 더 행복한 한국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에 대한 답은 바로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면서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할 시간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못 받 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유시간은 자기 발전과 가족의 화목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정치참여 시스템을]
한국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불만과 이를 개선할 방법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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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2016년 실사구시적인 미래전략연구 주제의 하나로서 ‘더 행복한 한국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선정하였으며, 토박이 한국인이 아닌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필자들은 ‘한국사회의 행복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읽어내고, 이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요?
<21개국 36인이 참여한 에세이를 엮어 '대한민국 행복지도' 미래전략연구총서(4)으로 발간되었습니다.
→ 미래전략연구총서4 '대한민국 행복지도' 도서보기
목 차
눈앞의 행복을 거머쥐는 사회적 시스템 -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우즈베키스탄)
행복의 비밀은 시간이다 - 핀자루 아델리나(루마니아)
행복할 시간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 로드리게스 로페즈 엘리아(스페인)
젊은이들에게 정치참여 시스템을 - 리티카 듀타(인도)
내 용
[2016 전문가 에세이] I-2. 눈앞의 행복을 거머쥐는 사회적 시스템외 3편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핀자루 아델리나, 로드리게스 로페즈 엘리아, 리티카 듀타
눈앞의 행복을 거머쥐는 사회적 시스템
-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우즈베키스탄)
한국에서 학부과정을 다니면서 글쓰기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수업을 같이 들었던 외국인 친구들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빈도가 가장 높았던 답은 ‘밥 먹을 때’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틀린 말 같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 였다. 한국인 학생들의 경우 어떤 대답이 가장 많이 나타났을까? 아마도 ‘대학 입학한 날’, ‘취직한 날’, ‘시험 합격한 날’ 등의 답들이 나왔을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 학생들이 보편적 인간의 감정인 행복에 대한 의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사람들은 사고방식, 문화, 개인의 경험, 교육수준과 상관없이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다른 것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물질적 행복이 우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 우정, 직업, 공부, 봉사활동, 종교, 취미, 여행 등이 행복이 될 수 있다. 우즈베크인들은 가족과 대인관계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찾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식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달려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우즈베크 사람들은 퇴근길에 무조건 마트에 들려 식구들을 위해 맛있는 먹을거리를 사간다. 이런 마음은 누구든 다 잘 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학교와 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아쉽게도 적지 않다. 우리 모두가 가족과 일 중에 하나를 골라야 되는 선택 앞에 서게 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 마음은 가족과 함께이지만 몸은 멀리 떨어져 있다.
우즈베크인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할 때다. 우즈베키스탄은 대가족으로 사는 사회이고 가족마다 형제가 2명 이상이기 때문에 대가족의 식구들이 6~10명이나 된다. 모든 식구들이 모여서 같이 TV 를 보거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에서 피로가 풀린다. 개인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여유를 갖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사회적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힘 중에 하나가 사회적 제도이다. 행복은 순간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조건을 제공해주는 존재는 사회적 환경이다. 개인과 사회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고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사회적 제도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휴가이다. 이 영역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1년 이상 개근 시 15일의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다. 2013년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유급 휴가 평균 사용률은 60.4%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11개월 이상 근무 후 30일 유급휴가를 갖게 된다. 이는 한국인 근로자의 휴가보다 두 배가 되고 우즈베크 직장인들의 90% 이상은 휴가를 사용한다.
출산전후휴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즈베크 여성들이 한국여성들보 다 더 긴 휴가를 갖는다. 한국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유급 출산전후휴가가3개월이고 육아 휴직은 1년이다. 우즈베크 여성의 출산 전 유급 휴가는 2 개월이며 출산 후 유급 휴가와 육아 휴직은 3년이다. 예전에 5개월 후 회사로 돌아간 여성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법적으로 출산 여성들이 아 이가 3살 될 때까지 아이를 보살피는 의무를 부여 받았다. 사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산 후 휴가와 육아 휴직은 법정 18개월 동안 유급 휴가이며18개월은 무급 휴가가 된다. 여성 직장인이 3년 동안 휴가를 가지는 동안 해고당할 수 없고 직장에 돌아와서 같은 일자리와 같은 업무를 맡게 된다. 즉, 출산휴가가 끝난 후 여성이 돌아갈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우즈베크 인들이 이를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출산하여 아이를 키우면서 식구들을 챙기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인생의 행복을 가족에서 찾는다.
그 밖에도 여성들에게 직장과 시민센터에서 출산 축하금이 주어진다. 시민센터는 출산한 여성에게 3년까지 지원금을 제공해준다. 시민센터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필요성이 있는 가족은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아내가 출산한 경우 남편 도 5일에서 7일까지 유급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우즈베크 남자들은 출산 휴가를 신청하지 못하지만 아내가 가정주부일 경우에 직장과 시민센터에서 출산 축하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런 방식으로 기족과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퇴근시간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OECD 근로시간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3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수이다. 한국은 주 5일 근무하고 하루에 평균 근무시간이 8시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일주일에 6일 근무하고 퇴근시간이 저녁 6시이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5~7시간이지만 상황에 따라3~4시간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 중에도 분할 근무가 많기 때문에 개인이 하루에 4시간까지 일하게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우즈베크 직장인들은 야근을 하지 않는다. 야근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밤에 활동하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가게들은 저녁 8시와 9시 사이에 문을 닫고 식당들은 밤 10시나 11시에 문을 닫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밤 12시에 모든 재미가 시작된다. 우즈베크 에는 노래방이 없다. 우즈베크인들은 노래보다 춤을 즐기기 때문이다. 커피숍도 없다. 손님을 집으로 모시는 것을 예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적 이유로 인해 술집도 없다. 결과적으로 밤에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경우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자유시간이 많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5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등교시간이 아침 8시이며 하교시간은 오후 1시이다. 중학생들의 경우 등교는 오후 2시이며 하교는 저녁 7시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집에 돌아가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전공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수 학점과 필수과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 오후 1시 이후엔 한가하다.
술집뿐만 아니라 회식문화도 덜 발달되어 있어 우즈베크인들이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모든 식구가 다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한다.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식구들이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해주는 요인 중에 하나가 우즈베크인들이 대가족으로 산다는 것이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어른 세대와 어린 세대의 만남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한국과 달리 우즈베크 어른들은 평생교육원 같은 기관들을 다니는 대신에 손자들을 돌보면서 노인 시절을 보낸다.
사회적 지원과 시민들을 위한 정책들이 우리 인생의 본원이 된다. 사회적 시스템에서 개인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마련해주면 그 혜택을 잘 누리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즈베크인들에게는 사회적 지위보다 식구로서의 몫이 더 중요하다. 사회 구성원이기 전에 우리는 누구의 자식이고 부모이고 형제이다. 때문에 우즈베크 부모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자녀들로부터 찾고 자식들은 부모님을 자기 인생의 큰 복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우즈베크 사람들은 여러 시련들을 겪으면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언제든지 돌아가 의지할 수 있고 안아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믿음으로 인생의 고난에서 덜 힘들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행복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다만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안전이 필수조건이라는 점은 물론이다. 우리 인생에서 성공이 중요하지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없으면 그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달리지만 힘들어하거나 외로울 때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식구 들이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도 바로 식구들이다. 특히 우즈베크인들은 종교, 문화,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민족이고 사소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자 노력한다. 또한 우즈베크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나는 행복하다, 기분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다른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고 그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행복해지기 위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디. 한국사회는 유난히 눈치를 보는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를 많이 칭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고 서로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정이 많지만 여유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다. 이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도 많겠지만 내가 있고 싶은 자리에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각자의 선택이자 몫이다. 인생을 과대하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도 좋다. 불안하면 나 스스로가 더욱 더 아프고 힘들다.
우즈베크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라 는 말을 자주 한다. 따라서 우즈베크인들에게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필수조건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와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대인관계를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고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 비해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아끼고 맞장구도 잘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쉬운 점은, 칭찬과 맞장구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며 인간이 긍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인간 심리와 관련된 러시아어 기사에서, “인간의 인생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 후반부를 걱정하면서 살고 후반부에서 전반부를 돌이키고 싶은 마음으로 산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오늘이 나중에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되었을 때, 이 오늘이 행복한 오늘인지 불행한 오늘인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인간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본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행복은 선택이다. 내가 행복을 선택하면 내가 행복한 것이고, 내가 불안을 선택하면 내가 불안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행복을 만들어나가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기쁨을 주고받으면서 식구를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있는 행복을 놓치지 않게 사회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다시 고려해서 출산 휴가기간을 늘리는 것이 좋은 방향인 것 같다. 출산전후휴가와 마찬가지로 일반 휴가도 기간을 추가하거나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 도록 하는 것이 한국사회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아이는 3개월까지 부모님한테, 그 중에도 특히 어머니한테 받은 사랑, 그리고 7살까지 배울 수 있는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개인이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받았던 애정과 관심을 토대로 남에게 사랑과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다양하고 부모와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사람은 표현력도 풍부하고 창의력도 좋다. 과거에 대한 추억과 오늘날의 대인관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갖는 아이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람은 24시간 행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종종 있고, 바로 그 순간들을 위해 살아갈 가치가 있다. 우리 어머니는 이 말씀을 자주 하신다. 인생에 시련들이 많지만 주변을 둘러봐라,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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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밀은 시간이다
- 핀자루 아델리나(루마니아)
지금의 대한민국은 강한 나라이며 세계적인 경제·기술 지도국으로 존경할 만하다. 궤도는 쉽지 않았다.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체적으로 폐허로부터 재건해냈다. 박태준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의 집중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헌신적인 피땀으로 세계의 무대에서 우월한 나라로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국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닌 점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의 놀라운 개발이 한국인들의 최선에 의한 것임을 알게 해준다.
최근의 문화적 수출로 한국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가 되었다. 웅장한 궁전과 오래된 절의 고요한 분위기로부터 큰 도시의 쾌활한 거리까지, 외국인들은 한국의 신구(新舊) 조화에 매력을 느낀다. 매년 관광객들을 1억2천 명 이상 끌어 모은다. 또한 외국인 학생들도 한국 유학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국사회하면 서울이 생각나고, 서울 하면 여름 아침의 출근시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모든 사람들은 같은 목표를 가진다. 직장이나 학교에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 버스와 자동차 경적 소리가 눅눅한 공기 속으로 메아리치는 와중에 정류장에서 초조한 사람들이 발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시간을 확인한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는 학생들이 시끄러움을 피하려고 헤드폰을 낀 모습도 보인다.
지하철이라고 다르지 않다. 군중은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 서두른다. 문이 닫히는 소리. 시작, 정지, 잠시 멈춤, 되감기, 빨기 감기.
모든 것이 충격적인 속도로 움직인다. 숨 넘어갈 듯한 일상의 생활에서 탈출할 시간은 거의 없다. 요즘 한국사회의 대세적인 목표는 ‘열심히 일 해서 너의 꿈을 이뤄라’인 것 같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근무시간보다 근무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 꾸준히 엄청난 노력을 한다. 하루에 14~15시간까지 공부한다. 수능에서 모든 과목에 높은 성적을 얻어야 하기에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압박’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한국인은 이런 반복된 패턴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선 좋은 교육을 받고 월급이 높은 일자리를 잡은 다음에 결혼 한다. 문제는 그 중간에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사회의 압박에 굴복해 자신만의 꿈,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분석할 시간이 없다. 자아를 발견할 시간도 없다. 나중에는 생활의 부담으로 그 시간은 더 줄어든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시간’이다.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모모(Momo)』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이 책의 전체 제목은 『모모, 시간도둑과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한 아이의 이상한 이야기』이다. ‘회색 남자들이’ 지구에 와서 인간들의 시간을 빼앗으려 한다. 그들은 인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시간 은행’에 시간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고 한다. 엔데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트레스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이런 조언을 적용할 수 있다.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이 사회 구조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데, 그것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모모』 중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여가 활동은 어렵다. 집, 학교, 학원 밖의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많이 할 수 없다.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각해지다가 서서히 고립되기도 한다.
때문에 SNS나 게임을 도피처로 삼게 된다. 높은 경쟁심이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젊은 층에서 심해지면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을 격려해야 한다. 직업에 관한 거라면 ‘압박’ 없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성을 기르고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가족도 아니고 사회도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교육을 엄격하게 시킨다면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학업을 마친 다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똑같은 문제와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압박과 시간이 그것이다. 월급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받는 것은 보편적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 충격을 준다. 일에만 몰두하면 인간관계가 고통 받는 것이다. 이 측면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결국에는 전체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앞으로 이 현상을 저어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피고용인의, 즉 민간 부문에서 근무하는 피고용인의 직업 일정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좀 더 행복한 한국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에 대한 답은 바로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면서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매우 유용하고 효율적이지만 종종 더 나른한 생활 속도가 필요해 보인다.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사색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의 리듬을 반드시 늦춰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독립심이 강한 이는 ‘어떻게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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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시간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 로드리게스 로페즈 엘리아(스페인)
친구의 친구가 어느 날 들려준 이야기이다.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그 친구의 지인은 하루 종일 일을 한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한 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가, 퇴근해서는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술자리를 갖고 나면 꼭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에는 강아지만이 그를 기쁘게 맞아 준다고 한다.
얼마 전 6년 지기인 친구를 4년 만에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그날이 자기의 휴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팔목에는 수시로 확인 가능한 “스마트 시계”가 매어 있다. 그 시계는 갑자기 끼어들어 우리 얘기를 차단한다. 친구는 “미안하지만, 사장님한테 걸려온 중요한 전화라 받아야 해요. 잠깐만 기다려요”하면서 휴대폰을 가지고 카페 밖으로 나간다. 이러한 일은 우리가 같이 있었던 4시간 동안 세 번이나 일어났다.
나는 대학교 연구실에 매일 나간다. 주말이라도 휴일이라도 상관없이 거의 매일 나간다. 학생인 것이 좋은 점도 있으니까 나처럼 아침 11시부터 조금 늦게 시작하는 학생들도 많고, 밤늦게까지 계속 공부하는 학생도 한둘이 아니다. 그것도 요일에 상관없이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아마 그런 일들이 매우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일하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또한, ‘과로사’의 세계 랭킹 순위를 차지하는 아시아 나라들 중 한국은 3등이다. 사실 ‘과로사’라는 단어 자체는 일본에서 처음 생겼고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는 없다. 때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과도하게 일해서 죽은 경우가 뉴스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별도로 ‘과로사’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빈번한 일은 아니어서, 아시아의 특징적인 문제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그 통계들은 흔히 일하다가 쓰러져 죽은 경우만 헤아린 것인데, 그 데이터에 오랜 시간의 공부나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의해 자살까지 하는 경우를 보탠다면 더욱 더 걱정스러운 수치로 떠오르게 된다.
과도하게 일해서 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만 가지고 사회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일터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기를 위해, 그리고 자기 주변의 사람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직업 자체는 사람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개인적인 만족의 원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직 일하는 것에만 자기 삶을 바쳐 살아 가는 것이 반드시 진정으로 행복한 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는 것은 아니 다.
어느 사회의 행복은 그 사회에 속하는 각 개인들의 행복과 깊은 관련을 맺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과 그 행복에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은 매우 긴요한 문제가 된다. 옛날부터 수많은 철학가들과 여러 종교의 대표들이 그 질문에 답하는 것에 전념해왔고, 오늘날에는 그들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들과 신경학자들까지도 그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적으로 연구를 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개념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서는 특히 선진국 사회의 행복과 관련하여 어떤 중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질문들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국민들, 적어도 끼니에 대한 걱정이 전혀 필요 없는 국민들이 왜 그렇게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가?’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Daniel Gilbert)는 바로 그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흔히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해 행복에 이르기 위한 매우 중요한 것을 희생하게 되고 실제로는 행복과 멀어진다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 결과는 여러 책과 인터넷으로 참고할 수 있는 TED 발표나 면접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길버트는 선진국의 국민에게 가장 많은 행복을 가져오는 행동의 종류로 음악 듣기, 운동하기, 성교하기, 그리고 수다떨기 등을 특별하게 꼽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다른 사람과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떠올릴 때, 그것이 길버트가 행복에 이르게 해주는 행동으로 제시한 항목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생각에는 행복의 이야기를 다룰 때 길버트는 간과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 길버트가 강조한 ‘사람’만큼 중요한 개념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가족과 같이 있기 위해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책을 읽기 위해서, 친구들과 같이 놀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그 여유, 그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을 꼽자면 단연 ‘시간’이라 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실 여부는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은 늘 급하게 움직이는 사회, 항상 모든 것을 “빨리 빨리”(제일 먼저 배울 수 있는 한국 단어 중에 2등이나 3등을 차지함) 하는 사회와 가까운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이 많고, 10시 넘어서도 문을 닫지 않는 가게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고, 매일 새벽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 술집도 있다. 외국인들이 처음 왔을 때 보게 되는 이러한 한국(서울이 특히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대도시만의 특징도 아니다)의 모습을 생각하면 앞에서 말했던 친구의 친구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믿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결과는 한국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같이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사회는 불안한 사회가 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고독한 사람의 사회, 개인주의자의 사회가 된다. 또한 그러한 사회에서는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도 부족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의 문제나 걱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됨으로써 공동체의 감동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당연히 걱정스러운 것들이지만 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저출산 문제다. 왜냐하면 ‘시간’을 거의 몽땅 회사에 바치다보니 출산을 연기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문제인데, 한국에서는(그리고 내 나라인 스페인에서도) 특별히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현재 한국이 세계적으로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하나가 저출산 국가라는 타 이틀이다. 한국은 평균적으로 가장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나라들 중에도 1등을 차지한다. 스페인은 한국보다 몇 순위 뒤이다. 스페인에서 한국만큼 많은 시간 동안 일하지 않더라도 시간관리의 문제로 인해 (점심식사는 2-3시에 하는데 식사를 할 때 흔히 2시간 동안 쉬는 회사가 많아서 퇴근 시간이 그만 큼 늦어진다) 출근을 일찍 해도 퇴근을 한국처럼 늦게 하게 된다.
물론 퇴근이 늦어져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만으로 한국과 스페인의 복잡한 저출산 문제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이 시간이 없고 바쁘다 보니 아기를 낳으면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계산하면서 출산을 연기하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저출산 문제와 시간 여유의 부족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이 문제가 나올 때마다 ‘가사조정’이라는 개념이 같이 대두되고, ‘가사조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저출산의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 ‘가사조정’의 문제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가족의 생활과 조화롭지 않아 특히 여성이 자기 직업과 아이를 낳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등을 반영한다. ‘가사조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선진국가의 일하는 문화와 우리 삶의 직업 및 여유의 의미를 재설계할 뿐만 아니라, 가족 속의 남성-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일하는 시간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 사이에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기를 낳으면 출산 바로 후에 아이를 기르기 위해 회사가 부모에게 유급 휴일 기간을 주고 그 기간을 어머니와 아버지가 교대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회사의 출근과 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서 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그 시간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 아이를 양육하는 일을 부모가 공동으로 나누자는 것도 주장한다.
이 모델은 북유럽 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정책적으로 실행해온 것으로, 그 중에 노르웨이의 결과가 좋은 예이다. 노르웨이는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가사조정’을 이루기 위해 특별한 정책을 실행하여, 출산율을 1.77%(2014년 유럽의 평균 1.58%)로 늘릴 수 있었다.
이 통계가 하나의 근거도 되겠지만, ‘가사조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가사조정’을 하면서 남성-여성의 평등을 위한 정책을 함께 강화하면 일하는 시간이 유연해지고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여 가족과 사회의 안정에 도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과로 관련된 문제들은 그 원천이 경우마다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 여유시간의 부족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문화를 깊이 받아들이면서도 유교와 관련된 옛날의 한국 상류계급의 가치(유교식 가부장제 문화)를 유지하는 직장 문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두 양상이 합치한 결과는 사장님, 선생님, 윗사람 등의 권위를 매우 중시하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동시에 여유로움을 활동하지 않는 게으름으로 오해하게 되어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된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것이 좋고,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미덕인가? 이것은 한병철이 말하는 “피로의 사회”에 속 한다. 그 개념을 만들고 세계적으로 보급시키는 철학가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좋은 직장을 잃거나 못 찾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보다 경제적 부를 선호하는 것이 무리하게 많은 시간 동안 일하게 되는 현상을 부추긴다.
권위를 중시하고 존경하는 것은 한국이나 아시아의 특별한 양상인 것 같다. 권위를 강조하는 것은 생산율을 늘리는(독일처럼 생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들에서는 노동자가 제일 적은 시간 동안 직장을 다닌다) 동시에 노동자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드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바로 ‘눈치 보는’ 문화 때문이다. ‘눈치 보기’와 같은 문화는 한국의 외국인이 ‘빨리 빨리’처럼 일찍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외국인들, 아니면 유럽 사람들이 한국 직장이나 학교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눈치 보기’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말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눈치 보기’ 때문에 말을 제때 하지 못해서 해결되지 않는 바람에 더욱 큰 일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회사나 학교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더 좋은 쪽으로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다.
나는 게으름을 합리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게으름과 여유는 다르다. 여유시간은 자기 발전과 가족의 화목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여유시간은 단지 휴식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해야 하고, 그 좋은 행동을 할 때 무엇보다도 우리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란 그 공동체 속에 같이 살기를 선택한 개인의 무리이다. 그 공동체 속에 있어야 혼자서는 찾기 어려운 안심과 보호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이란 그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모든 사람이 다 중요하다. 심지어 길을 가다가 매일 지나치는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렇다. 어떤 도시에 수많은 시민이 없다면 그 도시를 이룰 수 있는가? 도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유시간을 늘리는 정책은 가족, 친구, 애인 등과 같이 활동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한국 사람들도 잘 깨닫고 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여유가 별로 없더라도 시간이 나면 어떻게 잘 보낼 수 있는지를 아는 것 같다. 체육관을 다니든지 다른 언어를 배우든지 하루 종일 애기들과 같이 정원에서 놀든지 등산을 하든지, 한국 사람들은 시간이 있으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보낼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행복하게 보내는 그 순간들의 가치와 우리 삶의 행복이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가를 잘 인식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에 대한 추구보다도 경험에 투자하는 것을 배우고, 행복을 위한 삶의 경험이 대부분 무료라는 것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배움을 통해 세계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도 있고,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을 할만 한지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그 질문에 어떤 답을 할 것인가? 그 뒤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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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 정치참여 시스템을
- 리티카 듀타(인도)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 특히 젊은 이의 정치참여가 수반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가 그 국가의 민주주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은, 그들의 투표 참여율이 낮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그들이 정치적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그러한 정치적 무관심은 한국사회의 더 나은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한국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불만과 이를 개선할 방법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초·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는 젊은이들의 정치참여 유도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 참여를 의무화한제도와 동아리 문화이다. 하지만 정치문제와 관련해서 젊은이들이 그 시스템들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주류 정치권 내에 젊은 층을 대표할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것과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아젠다를 내세우는 정당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는 “한국정치에 차갑게 반응한 청년 유권자들”, “지난해 청년층 관련해서 제정된 법률 단지 3건, 아동 관련 법률 23건, 노인 관련 법률 13건과 현저한 대비”라는 제하의 2016년 4월 5일자 《코리아타임즈》 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작금의 한국정치에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할 의지도 없는 대학생들과 청년층. 이제는 한국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더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정책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적어도 10년 후에는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정치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교육은 늦어도 중학교부터는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가 정치시스템, 정치활동, 정치적 문제 및 기타 정치시스템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현실 환경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필수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그와 같은 어렵고 복잡한 주제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생활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목적이 학생들이 시류를 따라가게 하거나 혹은 이미 정해진 정치관을 심어주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어떠한 정치적편견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치적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대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이 전공에 관계없이 한국정치의 실상과 그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하려면, 대학들은 적어도 두 개의 필수과목을 제공해야 한다. 하나는 국내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국제정치를 다루는 강좌이고, 또 하나는 지식 공유를 위한 그룹 활동, 토론 등과 같이 정치참여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치는 강좌이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으로 6년에서 8년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치적 가치관과 정치적 현 실에 대한 자기주장이 확고한 세대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결과로써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대학의 동아리 방이 주류 정치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산실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노력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알려진 인도에서는 정부가 정책입안자들과의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대화에 젊은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인도의 온라인·오프라인 미디어 매체들은 대학생들의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이 언론매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청춘의회(Youth Parliament)” 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19세에서 28세 사이의 자기 의견이 분명한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실제로 인도 의회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인사들과의 대화에 참여시킨다. 이들 정책입안자들은 인도 정치권에서 정치적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다. 선발된 젊은이들은 주요 안건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정책입안자들에게 인도의 외교, 정치, 경제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청춘의회”를 통해서 젊은이들은 정책입안자들이나 장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질문하고 의제를 결정한다. 최근 뉴델리에서 개최된 “청춘의회”에서 참가자들은 인도의 예산 할당에 대해서 토론했다.
인도가 “청춘의회”라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한 목적은 어디에 있는 가? 이 프로그램의 젊은 참가자들이 인도 의회의 운용방식을 습득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훌륭한 미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치교육의 플랫폼이다.
2016년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 학생들의 “네루대 캠퍼스 시위”는 인도에서 복잡한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서 학생들의 정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는 인문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 중 하나로 극우주의, 중도좌파, 극좌파 등 다양한 정치사상과 이념을 신봉하는 지식인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2016년 2월, 대학 총학생회장을 포함해 일단의 좌파성향 학생들이 모하메드 아프잘 구루(2001년 인도 의회 테러범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죄로 사형을 당한 카슈미르 분리주의자)와 모하메드 아즈말 카사브(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쉬 카르 에 타이바 소속으로 2008년 뭄바이 테러 가담, 경찰에 생포된 유일한 생존자)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위 참가 학생들은, 이들이 자살폭탄 테러범이 되어 테러 위협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으며 정의와 폭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총학생회회장 카나이아 쿠마르(좌익 운동가)가 반정부 선동죄로 뉴델리 경찰에 체포됐다. 추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이 비우익 단체에 대한 무고를 꾀한 우익단체의 음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정부 구호를 외친 것은 총학생회장 카나이아가 아니라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려던 소수 학생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인도는 물론 해외 많은 지식인들이 인도 집권당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지식인들은 인도 집권여당이 자신들과는 다른 정치 노선이나 이념을 표방하는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타인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기본 권리이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총학생회장의 죄목인 인도 형법의 ‘선동죄’는 인도 민족주의자들의 독립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19세기 영국의 식민시대에 강화됐다.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독립을 주장하던 인도 민족주의자 간디의 죄목 역시 선동죄였다. 현재 이 사건은 하급 사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학생시위 사건은 광범위한 관점에서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지만, 여기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인도 대학생들의 비판적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들의 뉴스 시청률은 상당히 높다. 인기 있는 뉴스 채널에서는 프라임 시간대에 정치인, 학자, 학생운동 지도자를 초대해 그날의 뉴스 특보를 주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는 토론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적 관심이 높다. 높은 시청률이 바로 그 증거다.
이러한 뉴스 방송은 관련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정보 제공은 물론 정치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고학력자들에게 정치토론의 습관을 심어주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는데, 이 토론의 자리에 젊은 층을 대변하는 대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그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인도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학습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 대학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과외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동아리방 문화가 없다.
인도의 중고등학교나 대학에는 젊은이들이 독립적인 정치관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과과정도 없다. 그 부재의 이유가 그들에게 그러한 것들이 필요 없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인도의 아이들은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는 동안에 상당히 성숙한 정치관을 갖게 된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좌절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인 ‘청년국가’ 인도는 정부 내에 청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자들을 대거 길러 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언론매체들의 정치적 토론에 청년층을 대변하는 젊은이 들이 등장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그들이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성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한국사회는 안고 있다.
현재 한국과 인도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두 국가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두 국가는 서로 다른 경제발전 단계에 있으며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정치적 참여를 더 높은 수준에서 더 높이 끌어올리는 가운데 그들의 행복에 대한 발언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경청하는 것은 국경을 초월한 두 나라의 공동 관심사이자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