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올해 3번째로 글을 내었더군요. 사실 2년 전에 어떤 계기로 공모전을 참가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렴풋이 2년 전의 제가 다니던 캠퍼스는 한창 ‘힐링 열풍’이나 ‘스펙 경쟁’에 비판적이었고, 저도 그런 흐름에 함께 했었던 부분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기억 속에서 저는 그런 흐름을 함께하는 와중에도 캠퍼스 곳곳의 게시판에 붙어있거나, 그리고 각종 홈페이지에 등재된 공모전 공고를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2년 전을 되돌아보면서 떠오르는 이런 ‘역설(逆說)적인 행위’, 그러니까 스펙 경쟁에 그렇게 비판적이면서도, 공모전을 준비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현실적 욕망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평소 머릿속에 맴돌지만 결코 구체화되지 않았던 다양한 생각이, 공모전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비로소 구체화되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년 동안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과제’, ‘행복한 한국사회’, ‘한국의 시민의식’ 등 거대 담론은 우리가 당연하게 고민해야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계기를 갖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에세이 공모전과 같은 ‘좋은 계기’가 있어야 비로소 그런 담론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제가 2년 전에 에세이 공모전을 내고, 이번에도 에세이를 낸 것은 그런 답을 찾는 과정에서의 즐거움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Q 에세이라는 다소 낯선 형식과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셨나요?
저에게 ‘에세이’라는 형식은 학기 중에 쓰는 학기말 리포트와 비슷하되, 표현의 기교에 있어서 자유로움이 있는 형식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일반적인 논문이나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쓰면서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를 주되,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논문에서 잘 쓰지 않은 비유나 유추 등을 통해 읽는 즐거움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형식에 대한 파악이 끝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해 어떤 내용을 쓸지를 고민했습니다. 저는 ‘시민의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도덕 재무장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민’을 만드는 그런 일련의 활동에 대해서 막연한 반감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하는 건가?’ 막연한 반감이 구체화되면서 든 생각이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시민운동’이었습니다. 어쩌면 시민의식의 본질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소위 ‘좋은 시민’을 만드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 구성원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시민의식’에 대한 재해석이야 말로, 새로운 세대가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다원화’가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된 상황에서 어떤 ‘좋은 시민’을 상정하는 것이야 말로 시대정신에 어긋날뿐더러, 그런 인위적인 ‘시민의식 고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 다원화와 시민의식 고양이라는 겉보기에 상충되는 가치의 접점도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접점이 바로 ‘시민의식의 다원화’입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시민의식이란 더 이상 한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시민의식’이라기보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대처하는 다양한 시민의식이 공존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기본적인 도덕관념과 같이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보편적인 시민의식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꾸어가는 시민의식은 더 이상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어떤 사람’의 문제로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시민의식에 대한 재해석 위에서 고안한 해결방법은 한 종류의 시민의식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데에 있지 않고, 이미 다원화된 시민의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나가는 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많은 지식을 사람들에게 넣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잘 활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민의식도 더 이상 위에서 특정한 ‘시민의식’의 모습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의 ‘시민의식’을 만들어 가게 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Q 작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앞에 제시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입니다. 한 사회가 특정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엔트로피(entropy)’ 개념을 통해서 설명하였습니다. 엔트로피는 자연 세계에서 ‘자연스러움’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정량적인 방법입니다. 시민의식을 설명하는 데에 이런 자연과학의 개념을 동원한 것은, 이런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을 이용할 경우에 기존 사회과학의 논의에서 보기 어려운 부분을 보여주고, 그로부터 논의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경우를 보게 되지만, 그 현상에 대해서 ‘물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물음의 결과로서 사회 전체가 하나의 생각을 가지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한국 근현대사에는 그런 이유가 존재해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회 전반을 아우를만한 이유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정보화가 진척됨에 따라서 사회 각론에 대해서는 새로운 의미의 ‘시민 의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어떤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고르기보다, 여러 시민 의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수상한 소감은 어떠한가?
(에세이를 쓰는 것 뿐 아니라 발표 및 토론도 하셨는데요. 어떻게 준비하셨고 소감은 어떤지 적어주세요)
지난 해 캠프 기간에 있었던 강연에서 가장 뇌리에 스친 것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발표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처음 이 내용을 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전문적인 내용도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내용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글에 대한 감상을 받는 부분이, 발표 및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특히, ‘엔트로피’와 같은 개념은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통계물리학적 개념을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찾는 데에 집중하였습니다. ‘시험’이라는 일상적인 행위와 ‘시민의식’이라는 글의 주제의 연결 고리를 가능한 유비추론을 통해 설명한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수상을 하고 나서 이번 공모전 과정에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던 여러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나만의 생각’에 머무른다면, 아무리 좋은 발표라도 ‘나만의 발표’가 된다면 상당 부분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