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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강동형 칼럼]_2017.02.25
등록일 : 2017-03-0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86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행복했던 장면을 떠 올려 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학교에 입학 또는 합격, 대기업 입사, 1등, 직장에서의 승진 등이 생각나나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가족들과 유쾌한 저녁식사, 여행, 산책 등이 떠 오르나요. 합격이나 승진 등이 먼저 생각난다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가족과의 식사시간, 생일 파티, 들에 핀 꽃, 오솔길 등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자는 경쟁을 통해 성취가 가져오는 행복이라면 후자는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고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행복인 탓이지요."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과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에도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피상적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의 평가를 들어 보면 정곡을 찌르는 일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이지만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는 왜 우리 보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못한가. 그 중 하나는 행복감을 느끼는 기준이 다른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어 달 전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책 한 권이 사무실에 배달됐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행복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가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행복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기획해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출간한 책이다.

성공이 곧 행복인 사람은 불행하다.
행복을 물질에서 찾으면 행복은 멀어진다.

케냐 출신의 망고제인 안기르의 이야기다. 그는 한국사회의 성공의 척도는 어느 대학을 들어가느냐의 교육적 성취,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의 지위, 살고 있는 아파트와 소유한 자동차가 척도라고 일갈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인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을 들려주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나심 이브라힘은 눈을 감고 행복을 생각해 보면 탈레반이 휩쓸고 가기전 평온했던 마을, 노란 들꽃, 풀 뜯는 염소들, 친구들과 뛰어놀던 들판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한국 친구들의 행복은 로또 당첨, 강남 아파트, 외제차 등 무엇인가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생존을 넘어선 생활의 단계에서는 고귀한 정신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으로 가득하다며 이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이룰 때라고 지적했다.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나심 이브라힘의 이야기가 얼마나 우리의 부족함을 일깨우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일리야 벨랴코프는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 사람들의 첫 인상은 행복 그 자체 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행복을 막는 가장 큰 적은 소비주의 마인드에 있다고 지적한다. 행복은 밖에서 찾지 말고 안에서 찾아야한다는 얘기다. 행복 하고 싶으면 행복 하라,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내가 무슨 생각을 갖는 지에 달렸다는 러시시아 철학자 코쥐마 프루트코프의 얘기도 들려주기도 했다.

에스토니아에서 온 아나스타씨아는 한국 사람 대다수는 남녀 불평등과 성차별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출산 휴가를 가면 임시직을 뽑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좀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가 아닌 인간은 인간답게 로 변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관점을 바꾸면 행복이 찾아 온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는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물으면 상당수가 가족과 밥을 먹을 때라는 답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학생들은 대학입학 하던 날, 취직한 날, 시험 합격한 날 이라는 답을 한다는 것이다. 가족공동체가 붕괴되고 오직 성공 위주의 개인주의를 극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인들은 한국인들 보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기분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인은 서로를 칭찬하는데 인색하다며 칭찬을 많이 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사람은 24시간 행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종종 있고,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살아갈 가치가 있다. 우리 어머니는 이 말씀을 자주 하신다. 인생에 시련이 많지만 주변을 둘러봐라. 행복은 생각 보다 가까이 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의 행복관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행복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행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루마니아 핀자루 아넬리나는 시간이 있어야 행복한 데 한국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한가한 사람들도 사색의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고 경험담을 이야기 한다. 이들은 행복한 한국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빨리 빨리라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끄러운 우리들의 민낯이 아닐까.

스페인 출신의 로드리게스 로페즈 엘리아 역시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역설했다. 가족과 함께하기, 책 읽기, 여행하기, 친구와 수다 떨기 등은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여가 시간이 많아지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된다고 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스페인도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사조정 개념을 도입했다고 한다. 양육 책임을 부모가 공동으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실행이 잘 안됐다. 이를 실행한 나라가 노르웨이인데 노르웨이 출산율은 1.77%로 유럽 평균 1.58% 보다 높다는 것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인 네덜란드 출신의 솔튼 그리트 윌리엄은 한국과 데덜란드의 차이점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꼴찌인 한국은 성공을 목표로 달려가고 네덜란드 아이들은 학교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은 모든 것이 성공이라는 단어에 매몰돼 있다. 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부양 할 수 있고, 다른 것들에서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학교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자격증을 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 방향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것도 행복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다. 상대와 비교하지 않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여가시간을 보내고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인문학의 소양을 높이는 것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성공을 향한 욕망의 계단에는 끝이 없다. 저기가 욕망의 계단의 끝이라 생각하고 달려가면 또 다른 욕망의 계단이 앞에 놓인다. 행복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개인에 있다. 하지만 사회와 국가가 건강하지 못하면 행복은 파괴된다. 사회와 국가도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에는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 행복에는 정치지도자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선 후보들이 국민행복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 후보들이 진보냐, 보수냐, 안보냐, 경제냐하는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정책을 놓고 경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논쟁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쟁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행복은 안보 우선, 경제 우선의 뒷전에 밀려 먼 훗날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밝힌 ‘국민 행복’이라는 화두와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 등 모든 후보들이 국민 행복을 놓고 경쟁하는 그런 대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국민 행복에 관한한 다른 후보의 아이디어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주저할 필요가 없다. 더 많은 국민들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비판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라면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 헬조선, 양극화, 노인자살률 1위, 낮은 출산율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


[출처]

http://www.mediaf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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