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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세이, 미래전략연구를 통한 다양한 연구결과물

연구결과물

연구도서
[2015 청년 에세이 우수작] 기후변화와 우리의 미래
  • 저자
  • 이대한 (서울대학교)
  • 발행일
  • 2015-09-01
요 약

2015 대학(원)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작


' 기후변화와 우리의 미래 '

   - 서울대학교 이대한


기후변화 문제는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가장 중요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인류가 함께 헤쳐가야 전 지구적 과제이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기와 각종 분쟁은 세계화된 현대의 각종 정치경제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본 에세이는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가져 올 결과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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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에서는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국내 53개 대학을 비롯해 튀니지대학(튀니지), 튈버그대학(네덜란드), 하노이국립대(베트남) 등 해외대학에 유학하는 학생 등 57개 대학 138개팀 179명이 응모해 높은 호응도를 보였으며, 이중 대상 2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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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뜨거워진 지구와 아열대 한반도
IS,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2℃,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아이언맨’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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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2015 청년 에세이 우수작] 기후변화와 우리의 미래
이대한 (서울대학교)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는 징후는 곳곳에 있었다. 일본은 공공연히 정명가도(征明假道), 즉 조선에게 명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길을 내달라고 요구했고, 심지어 조선이 사대하는 명을 함께 정벌하자고 겁박했다. 들어줄 수 없는 청을 거절했을 때 일어날 병화(兵禍)는 불 보듯 뻔했다. 일본에선 치열한 내전이 육성한 강력한 군대가 이빨을 드러내고 먹이감을 노리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전운이 고조된 일본을 다녀온 조선 사신 황윤길은 전쟁을 경고했다. 하지만 조정은 전란(戰亂)이 없을 것이라는 다른 사신 김성일의 말에 더 귀 기울였다. 10만 양병설이 일찍이 제기되었다고 하나, 왜군이 침략했을 때 그들을 막아낼 병력은 조선에 존재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고된 전쟁이 일어나자 조선의 백성들은 7년 동안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다.

 

 

뜨거워진 지구와 아열대 한반도

 

일본의 침략이 조선의 존립을 위협하는 재난이었다면, 기후변화는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차원이 다른 전 지구적 재앙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가장 중요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인류가 함께 헤쳐가야 전 지구적 과제이다. 지구는 명백히 뜨거워지고 있고, 기상 이변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연구결과가 인간 활동의 결과로 생성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임을 지지하고 있고, 97%의 과학자가 지구온난화는 가설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조선 사신 황윤길이 경고했듯 인류가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대재앙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변덕스러운 날씨와 종종 찾아오는 기상이변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인의 삶을 모든 방면에서 뒤흔들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와 리조트들은 이미 침수를 경험하고 있고, 극단적으로 몰디브와 같은 44개 섬나라들은 수십 년 안에 수몰돼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기록적인 폭염은 사람을 죽이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5월 한 달 간 인도에서만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사막화가 심해지면서 봄이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황사 문제도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조차도 기후 변화의 재앙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가뭄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추격보다 눈앞의 물 부족이 최첨단 산업단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가뭄이 심각해지자 지난 4월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167년의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최초로 물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 이는 산하 모든 기초자치단체들이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강제로 감축하도록 하는 유례가 없는 조치이다. 심지어 이 조치에는 많은 물을 소모한다는 이유로 5000만 제곱피트의 잔디밭을 없애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서부에서 심각한 가뭄이 일어나는 동안 미국 남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찾아와 텍사스에서는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 남부를 초토화 시킨 카트리나와 같은 초대형 태풍의 출현 빈도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대도시의 평균 기온이 무려 1.8℃나 상승했다. 여름이 점점 빨리 찾아오고 폭염과 폭우도 잦아지고 있다. 한여름 1℃의 기온 상승은 화력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70kW의 전력 수요를 증가시켜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덩어리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하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파와 폭설 역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폭우와 폭설이 초래한 피해액만 15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의 기후는 봄과 가을이 사라지며 점차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아열대성 감염병인 쓰쓰가무시 등의 질환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IS,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심지어 나비효과처럼 전쟁을 촉발시키는 숨은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지의 곡창지대에 찾아온 가뭄은 전 세계 곡물가 폭등과 물가인상을 야기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불리는 곡물가 인상은 전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를 포함해 상위 9개 수입국이 위치한 중동지역에 특히 큰 파급력을 미쳤다. 이중 7개 국가에서 식량 문제는 오랜 독재와 함께 누적된 아랍 국가들의 정치사회적 문제와 결합되어 시위를 촉발시켰고, 이에 대한 정권의 강경 진압과 거센 반정부 운동이 뒤따르면서 튀니지와 이집트 등지에서 독재 정권이 무너지는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다.

 

한편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는 시리아에도 번졌고, 수 차례의 유혈충돌은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이하 IS)는 바로 이 시리아 내전을 틈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여 오늘날의 위협적인 테러국가로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내전이 벌어진 리비아에서도 혼란을 틈타 IS가 세력을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나비효과가 전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을 불러온 것이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에서 발간한 보고서 는 기후변화가 아랍 지역에서 잠재된 사회 문제를 촉발시키는 숨은 스트레서(stressor)로 작용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트레서는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과 결합되었을 때 부정적 사태를 촉발시키는 잠재적 요인을 의미한다. 아랍의 봄과 각종 내전이 발생한 직접적 원인은 물론 독재와 부정부패와 같은 정치적 문제, 청년 실업과 세계적 경제 위기와 같은 경제적 문제들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이러한 모순들이 실제로 사회적 갈등과 충돌로 표출되는 것을 촉진하거나 미래에 벌어질 사건을 앞당기는 촉매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인간 사회의 각종 분쟁의 증가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기와 각종 분쟁은 세계화된 현대의 각종 정치경제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IS의 등장 과정에서 잘 드러나듯 수천 km 떨어진 국가의 기후 문제가 지구 반대편 국가의 식량 위기를 촉발하고, 이는 반정부 시위와 내전으로 이어져 권력 공백을 일으켜 역대 최강의 테러집단이 발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세계화된 현대의 시스템과 맞물려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서는 ‘위험의 세계화(hazard globaliz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촌 공동체가 무너져 이들 인구가 도시 빈민으로 유입되거나 난민이 되고, 이는 다시 식량 및 실업 문제와 각종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사회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며, 그 파급 효과가 전 세계 곳곳으로 미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북한과 심각한 군사적 대치를 이루고 있는 한국에게도 기후변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스트레서로 작용하고 있다. 90년대 말 수백만 명이 아사하는 ‘고난의 행군’을 비롯해 가뭄과 홍수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북한에 심각한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이는 배급제가 무너지면서 시장이 활성화 되는 등 국가 체제에 균열이 가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심각한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북한 정권은 더욱더 강압적인 통치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북한 정권은 핵개발과 군사적 긴장 조성 등 체제유지를 위한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독재와 가난에 지친 사람들의 목숨을 건 탈북 행렬이 계속되었고, 현재까지 약 3만 여명의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탈출에 성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보이지 않는 숨은 스트레서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2,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기후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때로는 눈에 보이는 자연재해로, 때로는 보이지 않는 숨은 스트레서로 인류의 삶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일으키고 있는 이러한 파열음은 우리 인류가 처한 더욱더 근원적인 위기에 대한 징후에 불과하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IS의 등장과 같은 정세의 불안이나 일시적 식량 위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 삶의 방식을 결정지어 온 산업문명 그 자체의 위기이자 우리 인류의 존립이 걸린 위기이다.

 

점차 커지고 있는 환경재앙에 대한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인 18세기 중반 280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여년 만에 120ppm이나 증가했고, 최근에는 연평균 2.25ppm씩이나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3월에는 과학자들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삼았던 400ppm선이 무너지며 이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유래 없이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오는 2100년에는 평균 기온이 적게는 3.2℃에서 크게는 5.4℃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80년 이후 2012년까지 전 세계의 평균기온은 약 0.85℃가 상승했다. 이 중 0.72℃의 상승은 1951년 이후부터 이뤄진 것으로 기온 상승은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불과 1℃도 안 되는 기온 상승이 초래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3℃ 이상의 기온 상승이 가져올 지구적 결과는 거의 파멸에 가까울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구온난화는 가속화 되는 성격이 있어서 과학자들은 2℃ 이상의 기온 상승이 현실화 될 경우 지구 온난화가 되돌릴 수 없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폭염이나 가뭄 같은 재해뿐 아니라 해수면도 최대 1미터 이상 상승해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침수될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초반 경제 대공황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것처럼, 식량 위기와 물 부족 문제가 증가하는 세계 인구 문제와 결합한다면 인류의 미래에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십만 년 동안 지구가 경험한 적 없는 극단적 기후변화는 육상과 해양의 생태계를 완전히 붕괴시켜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 현재 국제사회는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은 2020년 교토의정서 종료에 맞춰 현재 기후변화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대체할 신 기후변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말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신 기후변화체제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임진왜란처럼 분명히 예고된 것이었다. 1992년 체결된 ‘UN 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본격화되었고, 1997년에는 화석연료로 많은 부를 획득한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교토의정서까지 체결되었지만 당시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실질적 해결하고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나 실천은 지금까지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임진왜란 직전 “일본이 침략할 것인가?”를 물었듯 “지금 기후변화가 문제인가?”라고 묻고 있는 형편이다. 그 결과 현재 인류는 더욱 비관적인 상황에서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후변화 문제의 많은 전문가들은 파리 당사국 총회가 인류의 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파리에서 열릴 당사국총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도출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국제사회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기후변화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실질적인 내용의 파리의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에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연합의 28개국은 작년 10월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기준으로 40%를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고, 재생에너지의 비율도 27%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미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40%로 감축한다는 집행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인류에게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산업문명의 발전은 애초에 그것이 초래할 지구적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었다. 화석 연료가 공급해온 에너지는 경제 성장의 무한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수십 년 전 사람들은 화석 연료의 고갈을 걱정했지만, 이제 우리는 오히려 화석 연료를 모두 사용하게 되었을 때 초래될 엄청난 재앙을 우려하며 남은 화석연료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구는 모든 인간이 선진국 국민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며, 이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산업문명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가 상정하고 있는 유토피아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구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구를 끊임없이 ‘개발’하다 보면 모든 인간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허상이었다. 허상을 쫓으며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의 근원인 지구를 파괴한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존립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저탄소 사회로 이행한다는 것을 지난 수 세기 산업문명을 지탱해온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에너지 수급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을 필요로 한다. 더 본질적으로는 인간 중심적인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인간과 자연, 기술과 환경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문명’으로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환경위기는 자연에 대한 착취와 파괴를 바탕으로 오직 인간의 재화공급에만 치중하는 산업문명 그 자체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해 ‘기후변화에 대한 제5차 종합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 목표 한도인 2℃를 지키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을 금세기 내로 ‘제로(0)’로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문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목표와 희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환경재앙의 원인이 되는 현대 문명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생태문명으로 도약하는 길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아이언맨’

 

목전에 닥친 절박한 위기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에게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결과를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하여 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의 농도 상승이 가져올 단기적·장기적 변화를 예측하는 기후과학과 생태학이 육성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후변화가 인간 사회에 가져올 영향에 대한 지리학 및 사회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제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절실하다. 이러한 연구는 반드시 개별 분과학문의 테두리 안에서가 아니라 상호 연동되는 현상에 대한 탐구로서 융합적 연구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렇게 도출된 연구의 결과물들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앞으로 닥칠 환경위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모두에게 요구되는 실천과 행동에 동참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시키고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다양한 녹색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당장 올해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이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의 양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주요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시스템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덧붙여 대기 중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포집 기술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 세계 녹색기술 개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 지고 있다.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자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앨론 머스크는 바로 이 전환기를 미리 간파한 경영자였다. 그는 일찍이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해 현대 산업문명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핵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세운 회사가 전기차 제조회사인 테슬라와 태양광 에너지 회사인 솔라시티이다.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기존의 휘발유나 디젤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는 동시에 화석연료가 공급하던 에너지를 태양광으로부터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녹색 혁신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앨론 머스크와 같은 경영인과 테슬라 같은 녹색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적합한 기업 생태계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절실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금액인 약 60조원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투자했고, 미국도 GDP 대비 0.22%에 해당하는 40조 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투자액은 약 1조 원 가량으로 GDP 대비 0.1%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IT 산업에 대한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정보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재빠른 적응과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제공해 주었듯, 녹색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는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어 줄 것이다. 태양광 발전과 연료 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 저장, 수송에 대한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에 맞물린 전반적인 산업 시스템의 구조 개혁까지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개별 상품이 아니라 혁신 그 자체를 수출해내는 것이 자원이 부족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이다. 탄소배출을 절감하면서도 경제성도 높은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의 개발과 수출은 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술적 과제는 지구온난화가 야기하는 문제에 상응하는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후가 변하면서 새로운 감염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고, 인간의 난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종 심각한 전염병에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종플루와 에볼라 사태 등에서 경험했듯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신약 및 백신 개발, 보건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처할 품종 개량 및 농업 혁신도 필요하다. 이미 지역별 재배 품종이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기후변화의 추세를 감안한 선제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으로 농업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최근의 기후변화가 야기한 애그플레이션 문제가 앞으로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식량자급률이 50%를 밑도는 한국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 혁신의 방향이 상품 작물의 생산과 판매를 통한 이익률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식량 안보의 관점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식량 작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을 추진해야 다가올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사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히 화석연료를 모두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고 해결되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우리는 이미 ‘결과의 시대’에 들어섰다. 지난 수백 년 동안의 산업문명이 누린 물질적 풍요의 대가를 우리 세대가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우리는 생존을 도모할 수 없다. 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재해는 심해질 것이며, 식량은 부족할 것이다. 멸종은 계속되고 생태계 교란이 심해져 인간 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만 한다.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의 악화를 막으면서도 동시에 악화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적응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재생 에너지와 녹색 기술의 개발 등 기술적 과제는 적절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을 따름이다. 20세기 들어 의학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달하고 각종 질병 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다.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등 현대 문명이 지닌 내재적 모순이 기술의 효용성이 실현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문명 차원의 변화가 없다면 환경 재앙에서 인류를 보호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대 산업문명이 지속된다면 20세기의 의학기술이 그러했듯 21세기의 녹색기술 역시 마찬가지로 인류를 소외시킬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기술적 접근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없던 문명을 일궈낼 상상력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서양 근대 문명에서 시작한 현대의 산업문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수백 년의 역사밖에 안 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거대한 과제는 서구 산업문명이 내포하고 있는 인간 중심주의, 성장 지상주의 등을 극복해낼 새로운 문명과 시스템을 상상하고 기획해내는 것이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몇몇 녹색 기술의 개발이나 특정 분야의 혁신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전면적인 의식과 삶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생태문명을 위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세계가 필요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인 경제학자 슈마허는 일찍이 현대 산업문명과 서구 경제학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경제가 활동 주체인 인간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를 추구하면서 인간을 소외시키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자본 중심의 거대한 경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작은 경제를 설파했다. 우리는 슈마허의 가르침에서 더 나아가 전 지구의 생명 공동체가 함께 번성할 수 있는 지구 경제학을 마련해야 한다. 인간의 지속 가능한 번영은 오직 지구의 안녕과 생태계와의 공존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새로운 학문을 마련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론이 아니라 더 많은 지혜일 지도 모른다. 자연과 공존하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바로 그 지혜는 우리보다 산업문명 이전의 선조들이 훨씬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현대 산업문명의 발달된 기술과 선조들이 보여준 공존의 지혜를 결합하여 새로운 문명을 디자인해야 한다. 지속가능하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 그 속에서 모든 인간이 소외 당하지 않는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을 상상해 내야 한다. 그러한 창조력을 펼칠 문명 연구소가 설립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이렇게 마련된 지식은 지식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새로운 공동체와 새로운 세계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업문명의 대안적 삶을 연구하고 실제로 생태 공동체를 꾸려 실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생태마을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GEN)의 사례처럼 생태 공동체들 간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 기후변화체제 역시 인류가 처한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국가적인 협력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생태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의 씨앗들이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출발점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다. 인간은 오직 공동체 속에서, 자연 속에서만 살아가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관계적 주체이다. 우리는 각자가 경제적 이익 주체이기 이전에 모두가 같은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지구 시민’임을 인식해야 한다. 바로 그 인식 위에서 우리가 처한 전 지구적 위기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기술의 도움으로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세계 더 나아가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직 그곳에만 우리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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