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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세이, 미래전략연구를 통한 다양한 연구결과물

연구결과물

연구도서
[2015 청년 에세이 우수작] 묻혀있는 뇌관, 가계부채
  • 저자
  • 이종훈 (고려대학교)
  • 발행일
  • 2015-09-01
요 약

2015 대학(원)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작


' 묻혀있는 뇌관, 가계부채 '

  - 고려대학교 이종훈


본 에세이는 ‘가계부채의 제도화’ 이후 발생한, 혹은 앞으로 발생 가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껏 발생한 변화의 기원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변화 및 그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향후 10년”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고려해봄직한 대책•대안에 대해서도 비가역적인 ‘제도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글에서 진단하고 있는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구성’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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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에서는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10년 내에 한국사회가 당면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국내 53개 대학을 비롯해 튀니지대학(튀니지), 튈버그대학(네덜란드), 하노이국립대(베트남) 등 해외대학에 유학하는 학생 등 57개 대학 138개팀 179명이 응모해 높은 호응도를 보였으며, 이중 대상 2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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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어제의 빚, 오늘의 빚

2. '10년의 이슈’, 가계부채

3. '강제’ 뿐인 제도

4. 부채와 부채부담의 확대·재생산

5. 이것이 정말로 문제인가?

6.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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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2015 청년 에세이 우수작] 묻혀있는 뇌관, 가계부채
이종훈 (고려대학교)

1. 어제의 빚, 오늘의 빚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미담이 있다. 누구의 미담인지는 구태여 물을 필요가 없다. 이 미담은 언젠가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인해 삶은 팍팍할지라도 가슴에 품은 뜻만은 시련을 모르는 '고학생', 그 학생을 부모 이상의 애정으로 보듬던 '하숙집 아주머니'의 이야기였던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언젠가는 홀로 집에 남겨진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애써 뿌리치고 일터로 향하는 '아버지'와 이 성실한 가장의 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보이지 않게 마음을 써주던 일터의 '사장'의 이야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사실 우리 모두가 이 미담의 '주인공'이었다. 그야말로 '우리네 이야기'였던 것이다. 우리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두의 이야기였던 이 미담의 결말도 또한 전형적이다.

"그리하여 '고학생', '아버지', '', '당신',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렇다. 마음으로 빚을 지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빚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혜적 관계 속에서 '신세'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의 빚을, 곧 신세를 더 큰 마음으로 갚던 시절이 있었다. 빚을 지고 또 갚는 일련의 과정이 사뭇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었다. 이것이 그야말로 미담이 되어 우리의 일상 곳곳에 내려앉아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줄 때가 있었다.

 

2015년이다. 근자에 들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기사의 제목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또한 어느 순간엔가 마주쳤을 줄로 안다.

 

"① 가계부채기업투자 부진소득 불평등엔低
- IMF "한국경제 4大 뇌관에 성장 동력 휘청""

"가계 빚 1099조원으로 사상 최대... 1년 새 74.4조원 급증"

""가계부채 위험 수준"... 전문가들 잇따른 경고"

"정운찬 전 총리 "가계부채, 위험수준 넘었다 韓 경제 최대 취약점""

"가계부채 증가세 심상치 않다"

기사의 내용은 위에 나열한 제목만을 갖고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추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또한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현상뿐만 아니라 이 현상을 진단하는 전문가 혹은 전문기관, 관계부처의 입장도 함께 다루고 있다. 역시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전망에 대한 분석은 상당히 대립적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및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위기(risk)'로서 보는 시각을 넘어서, 한국경제 자체에 대한 '거대한 위협(mega-risk)'으로서 가계부채를 규정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일반적 우려가 과장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부채의 규모나 증가추세가 여전히 조정/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고 말한다. 비록 우리가 접하는 기사의 대부분이 가계부채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곤 하나 거시경제와 금융에 관한 지식이 일천함을 핑계 삼아 이 글에서는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지지, 혹은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2. 10년의 이슈’, 가계부채

 

알다시피 이 글은 10년 내 한국 사회가 당면할 이슈에 관한 글이다. 다시 말해, 향후 10년 이내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루어져야만 하며, 또 무게감 있는 양상으로 전개될 사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혹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거시경제적 맥락에서 가계부채는 10년을 두고 볼 것도 없이 이미 한국 경제계 내에서 다양한 논쟁을 촉발하는 이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계부채는 "10년 후", 혹은 "10년 내"의 이슈가 아닌, "오늘날"의 이슈이며, 실로 작금의 경제영역 전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그저 거시경제를 두고서만 그러하다. 가계부채 문제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만 이슈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와 인상폭을 가늠하면서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국 경제에서의 부채상환 및 부채관리에 미칠 영향을 - 두고 벌이는 논쟁이 가계부채 이슈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한 국가 혹은 사회 내에서 경제(영역)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연이 필요 없다. 하지만 경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곧 한 국가의 사회문제를 경제영역에서만, 그것도 거시경제의 영역에서만 다루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경제는 사회 일반에 "배태되어(embedded)" 있는 것이며 다양한 사회 제관계·제영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와 여타의 하위영역 또한 경제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IMF는 증가한 가계부채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 영향력이 비단 소비와 생산의 수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10년 후", 혹은 "10년 내"의 시간 속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가계부채 뿐이라면 이 글에서는 "이슈화되지 않은" 미시적 측면을 포함한 사회 일반에서의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마음의 빚'은 이 글의 주제와 관련 없는 사족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담'이 먼 과거의 일이 아니던 시절, 인간관계에서의 '신세' 정도로 인식되던 ''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부채'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란 어렵지만 드러나는 현상을 놓고 보면 ‘국가 - 중앙은행 - 시중은행(1, 2, 3 금융권 포함) - 개별 채무자’를 매개하는 제도가 '''부채'라는 구체적이고 양화된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부채가 종래의 비공식적 대인 관계로부터 추출되어 상기한 경제 제도 안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부채, 기업부채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술한 바이지만, 이 변화과정은 당연히 여타의 사회영역과 무관하게 경제영역에서만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국가에 의한 중앙은행의 설립과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서부터 국가-자본 관계,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도입 및 저항,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규정하고 특징지었던 일련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각각의 흐름을 추적하며 “가계부채의 제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이 글에서는 ‘제도화’ 이후 발생한, 혹은 앞으로 발생 가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지금껏 발생한 변화의 기원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변화 및 그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향후 10년”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논하겠다는 것이다. 고려해봄직한 대책·대안에 대해서도 비가역적인 ‘제도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글에서 진단하고 있는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구성’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3. ‘강제’ 뿐인 제도


부채의 제도화에 대해 부연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 물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돌이켜 본다고 하더라도 비공식적 대인 관계 안에서 돈을 빌려주고 또 돌려받는 행위만이 ‘빚’에 결부된 행위의 전부는 아니었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적인 영역에서 제도화된 채권자-채무자 관계는 존재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비중이 지금과 같이 크지 않았을 뿐더러, 특히 가계(가정)의 영역 안에서는 공식적인 제도보다는 비공식적 대인 관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비공식적 대인 관계로부터 ‘빚’이 점차 제도화되어 공식적인 영역으로 투입되면 될수록, ‘신세’라는 말로 비유적으로 일컬어지는 것에서부터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부채’의 형태를 갖게 되면 될수록정량적으로 확인 가능한 ‘부채’의 규모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를 두고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도화된 빚, 즉 ‘부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도 또한 함께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이에…….”라는 말은 제도와 개인의 관계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제도를 두고 인정과 친분에 호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권자에게 채무 이행과 채권 수익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주는 제도적 강제는 “양보가 없다.” 사전에 약속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원금의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더 큰 강제로 개인을 구속한다. 이 강제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금융시장의 작동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제도 내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는 ‘호혜성(reciprocality)’보다는 ‘교환(exchange)’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로부터 채무이행과 원금에 대한 이자를 제도적 강제를 통해서라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면 돈을 빌려줄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default)]’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채무 이행을 강제할 때만큼의 정교한 형태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빚을 갚지 못했을 경우 제도가 개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불이익은 막대하며, 개인은 이 불이익을 “생각해서라도” 이 불이익이 무서워서라도정해진 기일에 맞게 부채를 상환하고자 한다. 하지만 개인이 강구한 온갖 종류의 수단과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채상환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개인회생제도[1]' 를 운영 중에 있지만 이는 파산 신청을 한 개인의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보장해주는 것 이상의 제도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의 파산 이후의 ‘사후적 조치’에 해당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파산절차를 밟기 이전에 채무부담을 완화하여 건설적인 채무 상환이 가능하게끔 해주는 제도는 찾기 힘들거니와, 있다고 한들 그것이 실효성을 갖고 운영 중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던 ‘안심전환대출[2]’의 경우 금리변동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는 하나, 당초 기대했던 부채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곤 볼 수 없다. “금융위원회 안심전환대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만 원 미만 소득자 39.4%가 안심전환대출의 수혜를 받았지만 8,000만 원 ~ 1억 원의 고소득자도 대상자의 4.7%를 차지했으며 6,000만 원 ~ 8,000만 원 소득자는 10.1%에 달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높은 중산층이 상당수 정책금융의 혜택이 되고 가계 빚 부실화의 뇌관인 저소득층이나 2금융권 대출자는 그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3]” 결국 가계부채의 총량이 관계부처가 조정·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부채가 개인의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활동 일반에 가중시키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만한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것이다.

 

 

4. 부채와 부채부담의 확대·재생산

 

1- 12차 한국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한 논문[4]에 따르면 ‘교육비’, ‘채무원리금상환’, ‘식비’, ‘주거비’가 “각각 가계에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 중 1위부터 4위까지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소득 분위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계소득 중 채무원리금 상환에 지출되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그렇다고 하여 다른 지출을 줄임으로써 채무원리금 상환 지출 비용의 부담을 조절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채의 용도를 전세금마련, 주택마련, 생활비마련 3가지 용도로 분류하였을 대 주택마련은 37.72%, 전세금마련은 4.76%, 생활비마련은 57.5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5] 더불어 교육비의 경우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자료[6]에 따르면 가계의 부채를 결정함에 있어 주된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7], 부채유발 요인 - 가계부채 - 부채부담 간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가계 소득 지출 항목 중 상대적으로 지출 부담이 큰 항목과 주된 부채유발 요인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소득을 초과하는 지출 요소를 부채에 의존해 해결하는 한편 이 부채가 다시 가계 지출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부채부담 역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에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내 자식의 학업성취도가 남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아니면 “몸을 뉘일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 하게 빌린 돈은 다시 앞에 열거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가중시킨다. 고민과 함께 부채규모도, 이로 인한 가정경제의 부담도 늘어나지만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은 미비하다. “하우스 푸어” 혹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더미에 앉은 20대”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우리사회의 ‘미담’을 대체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 이것이 정말로 문제인가?

 

제도 속에서 규정되는 부채, 부채부담을 경감시켜 주지 못하는 제도, 이러한 제도 속에서 살아가면서 점증하는 부채와 부채부담을 감당해야만 하는 개인.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음에도, 거시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부채문제에 대한 인식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의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저소득층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소득이 낮은 1분위와 2분위에서 각각 4.3%, 11.4% 수준으로 집계된다.[8] 그 비중이 상대적인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했을 때 크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부채규모 역시 증가한다는 것은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개인의 대출한도는 개인의 신용도를 고려하여 결정되는데, 이때 개인의 소득이 신용도의 고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소득이 높을수록 신용도가 높고, 이 신용도를 활용하여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 여시 크다. 더불어 고소득층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에 근거하여 축적한 자산을 활용한 담보대출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높은 가계의 부채규모가 그렇지 않은 가계보다 큰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부채상환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의 부채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는 ‘상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채는 언제나 이러한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많이 버는 사람이 빚도 많다.” 따라서 우리는 전체 부채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한편,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소득층 이외의 계층, 특히 소득분위 기준 중하위 계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9] 거시경제적 지표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라고 치부되는 바로 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계,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가계,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의 지출을 조절할 여지가 없는 가계, 결과적으로 점증하는 부채와 따라서 커져만 가는 부채부담에 시름하는 가계, 이런 상황 속에서 제도와 정책에 호소할 수도 없는 가계. 이들 가계의 부채가흔히 사용되는 표현을 빌리자면곧 “성장 동력의 저해 요인”이다. 사실 ‘성장’을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다. 오늘도 부채에 한숨짓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다수’라는 점은 부인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소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정말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이 바로 여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6.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이러한 실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우선 “소득분위별, 용도별 미시적 가계부채 자료에 대한 철저한 분석[10]" 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사회 각 층위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안심전환대출’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정작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분위별, 용도별 가계부채 분석을 통해 분위별·용도별 가계부채 부담 개선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식비, 주거비, 교육비 등 개인 차원에서 지출 경감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부채유발요인을 줄이는 정책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지원이 꼭 “무상○○”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사회활동을 매개하는 공공영역학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주택 등에서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에 개인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차등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해결과 재정 효율성 양자 모두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자가 채권을 통해 획득하는 이자소득 중 일정 부분을 부채부담을 경감시키는 제도에 투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가능한 대책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운용함으로써 발생한 이자수입에 부과하는 세금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제반 정책에 직접적으로 할당하는 식으로 말이다. 학자금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채무자가 이용한 대출상품의 ‘종류’와 그 대출이 관련된 ‘지원 분야’를 막론하고, 대출 - 이자소득 - 지원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원 대상’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제도와 정책을 편성·정비해야 함은 부연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부채가 향후 건설적인(constructive) 10년”을 향한, 공존 가능한(coexistent-able) 미래를 향한 한국사회의 발걸음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땅을 다지지 않고서는 건물을 올릴 수 없다.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사회 모든 계층의 삶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를 위해 가계부채의 구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가장 큰 ‘투자’이다. 앞으로의 10년 간 국가와 민간기업, 공공단체를 막론한 사회 각계각층에 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문하면서 글을 맺는다.

 



[1] “개인회생제도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고 있는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절차로서, 2004. 9. 23.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즉 개인회생제도란, 총 채무액이 무담보채무의 경우에는 5억원, 담보부채무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인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가 3년 내지 5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입니다.

[출처: 대한민국 법원, 전자민원센터 http://help.scourt.go.kr/nm/min_2/min_2_2/min_2_2_1/index.html]

[2] “은행권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으로 2015324일 선보였다. 대출금 전액분할상환은 완전고정형 연 2.65%, 5년 주기 조정형 연 2.63%. 30% 만기일시상환형을 선택할 경우 여기에 0.1%포인트가 가산된다. 2%대 중반의 금리로 대출을 10~30년까지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보인지 사흘 만에 한도금액인 20조원이 소진되자 201543일까지 추가로 20조원을 판매하기로 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안심전환대출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3] 출처: [파이낸셜 포커스] 헛다리 짚은 안심전환대출 (서울경제 2015. 5. 27.)

 

[4] 김지민. 2013. “가계부채의 현황 및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5] 위 논문.

[6] 김우영, 김현정. 2009. “가계부채의 결정 요인 분석.” 『금융경제연구』. WORKING PAPER 380.

[7] 앞서 소개한 김지민의 연구에서는 2- 13차의 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하여 가계부채의 현황 및 결정요인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결정요인의 변수를 주택마련, ② 전세금마련생활비마련 3가지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교육비가 가계부채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비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소개한 논문 대신 1- 10차 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한 김우영, 김현정의 연구를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8] 출처: <위기의 가계부채> ② 곳곳에 '약한 고리' (연합뉴스 15. 5. 31.)

[9] 따라서 IMF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부채가 소비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가계의 고정자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가까운 장래의 거시경제에 위협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동아일보 15. 5. 27)라고 분석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고정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는 말인가?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10] 출처: “한계기업 구조조정 필요소득별 가계부채 분석해야” 
- 28일 한국은행 경제동향간담회 논의내용 (머니투데이 15. 4. 28.)

 


2. 10년의 이슈’, 가계부채

 

알다시피 이 글은 10년 내 한국 사회가 당면할 이슈에 관한 글이다. 다시 말해, 향후 10년 이내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루어져야만 하며, 또 무게감 있는 양상으로 전개될 사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혹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거시경제적 맥락에서 가계부채는 10년을 두고 볼 것도 없이 이미 한국 경제계 내에서 다양한 논쟁을 촉발하는 이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계부채는 "10년 후", 혹은 "10년 내"의 이슈가 아닌, "오늘날"의 이슈이며, 실로 작금의 경제영역 전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그저 거시경제를 두고서만 그러하다. 가계부채 문제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만 이슈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와 인상폭을 가늠하면서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국 경제에서의 부채상환 및 부채관리에 미칠 영향을 - 두고 벌이는 논쟁이 가계부채 이슈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한 국가 혹은 사회 내에서 경제(영역)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연이 필요 없다. 하지만 경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곧 한 국가의 사회문제를 경제영역에서만, 그것도 거시경제의 영역에서만 다루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경제는 사회 일반에 "배태되어(embedded)" 있는 것이며 다양한 사회 제관계·제영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와 여타의 하위영역 또한 경제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IMF는 증가한 가계부채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 영향력이 비단 소비와 생산의 수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10년 후", 혹은 "10년 내"의 시간 속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가계부채 뿐이라면 이 글에서는 "이슈화되지 않은" 미시적 측면을 포함한 사회 일반에서의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마음의 빚'은 이 글의 주제와 관련 없는 사족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담'이 먼 과거의 일이 아니던 시절, 인간관계에서의 '신세' 정도로 인식되던 ''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부채'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란 어렵지만 드러나는 현상을 놓고 보면 ‘국가 - 중앙은행 - 시중은행(1, 2, 3 금융권 포함) - 개별 채무자’를 매개하는 제도가 '''부채'라는 구체적이고 양화된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부채가 종래의 비공식적 대인 관계로부터 추출되어 상기한 경제 제도 안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부채, 기업부채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술한 바이지만, 이 변화과정은 당연히 여타의 사회영역과 무관하게 경제영역에서만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국가에 의한 중앙은행의 설립과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서부터 국가-자본 관계,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도입 및 저항,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규정하고 특징지었던 일련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각각의 흐름을 추적하며 “가계부채의 제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이 글에서는 ‘제도화’ 이후 발생한, 혹은 앞으로 발생 가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지금껏 발생한 변화의 기원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변화 및 그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향후 10년”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논하겠다는 것이다. 고려해봄직한 대책·대안에 대해서도 비가역적인 ‘제도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글에서 진단하고 있는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구성’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3. ‘강제’ 뿐인 제도


부채의 제도화에 대해 부연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 물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돌이켜 본다고 하더라도 비공식적 대인 관계 안에서 돈을 빌려주고 또 돌려받는 행위만이 ‘빚’에 결부된 행위의 전부는 아니었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적인 영역에서 제도화된 채권자-채무자 관계는 존재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비중이 지금과 같이 크지 않았을 뿐더러, 특히 가계(가정)의 영역 안에서는 공식적인 제도보다는 비공식적 대인 관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비공식적 대인 관계로부터 ‘빚’이 점차 제도화되어 공식적인 영역으로 투입되면 될수록, ‘신세’라는 말로 비유적으로 일컬어지는 것에서부터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부채’의 형태를 갖게 되면 될수록정량적으로 확인 가능한 ‘부채’의 규모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를 두고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도화된 빚, 즉 ‘부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도 또한 함께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이에…….”라는 말은 제도와 개인의 관계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제도를 두고 인정과 친분에 호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권자에게 채무 이행과 채권 수익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주는 제도적 강제는 “양보가 없다.” 사전에 약속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원금의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더 큰 강제로 개인을 구속한다. 이 강제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금융시장의 작동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제도 내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는 ‘호혜성(reciprocality)’보다는 ‘교환(exchange)’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로부터 채무이행과 원금에 대한 이자를 제도적 강제를 통해서라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면 돈을 빌려줄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default)]’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채무 이행을 강제할 때만큼의 정교한 형태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빚을 갚지 못했을 경우 제도가 개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불이익은 막대하며, 개인은 이 불이익을 “생각해서라도” 이 불이익이 무서워서라도정해진 기일에 맞게 부채를 상환하고자 한다. 하지만 개인이 강구한 온갖 종류의 수단과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채상환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개인회생제도[1]' 를 운영 중에 있지만 이는 파산 신청을 한 개인의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보장해주는 것 이상의 제도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의 파산 이후의 ‘사후적 조치’에 해당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파산절차를 밟기 이전에 채무부담을 완화하여 건설적인 채무 상환이 가능하게끔 해주는 제도는 찾기 힘들거니와, 있다고 한들 그것이 실효성을 갖고 운영 중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던 ‘안심전환대출[2]’의 경우 금리변동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는 하나, 당초 기대했던 부채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곤 볼 수 없다. “금융위원회 안심전환대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만 원 미만 소득자 39.4%가 안심전환대출의 수혜를 받았지만 8,000만 원 ~ 1억 원의 고소득자도 대상자의 4.7%를 차지했으며 6,000만 원 ~ 8,000만 원 소득자는 10.1%에 달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높은 중산층이 상당수 정책금융의 혜택이 되고 가계 빚 부실화의 뇌관인 저소득층이나 2금융권 대출자는 그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3]” 결국 가계부채의 총량이 관계부처가 조정·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부채가 개인의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활동 일반에 가중시키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만한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것이다.

 

 

4. 부채와 부채부담의 확대·재생산

 

1- 12차 한국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한 논문[4]에 따르면 ‘교육비’, ‘채무원리금상환’, ‘식비’, ‘주거비’가 “각각 가계에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 중 1위부터 4위까지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소득 분위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계소득 중 채무원리금 상환에 지출되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그렇다고 하여 다른 지출을 줄임으로써 채무원리금 상환 지출 비용의 부담을 조절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채의 용도를 전세금마련, 주택마련, 생활비마련 3가지 용도로 분류하였을 대 주택마련은 37.72%, 전세금마련은 4.76%, 생활비마련은 57.5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5] 더불어 교육비의 경우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자료[6]에 따르면 가계의 부채를 결정함에 있어 주된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7], 부채유발 요인 - 가계부채 - 부채부담 간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가계 소득 지출 항목 중 상대적으로 지출 부담이 큰 항목과 주된 부채유발 요인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소득을 초과하는 지출 요소를 부채에 의존해 해결하는 한편 이 부채가 다시 가계 지출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부채부담 역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에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내 자식의 학업성취도가 남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아니면 “몸을 뉘일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 하게 빌린 돈은 다시 앞에 열거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가중시킨다. 고민과 함께 부채규모도, 이로 인한 가정경제의 부담도 늘어나지만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은 미비하다. “하우스 푸어” 혹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더미에 앉은 20대”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우리사회의 ‘미담’을 대체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 이것이 정말로 문제인가?

 

제도 속에서 규정되는 부채, 부채부담을 경감시켜 주지 못하는 제도, 이러한 제도 속에서 살아가면서 점증하는 부채와 부채부담을 감당해야만 하는 개인.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음에도, 거시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부채문제에 대한 인식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의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저소득층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소득이 낮은 1분위와 2분위에서 각각 4.3%, 11.4% 수준으로 집계된다.[8] 그 비중이 상대적인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했을 때 크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부채규모 역시 증가한다는 것은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개인의 대출한도는 개인의 신용도를 고려하여 결정되는데, 이때 개인의 소득이 신용도의 고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소득이 높을수록 신용도가 높고, 이 신용도를 활용하여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 여시 크다. 더불어 고소득층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에 근거하여 축적한 자산을 활용한 담보대출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높은 가계의 부채규모가 그렇지 않은 가계보다 큰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부채상환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의 부채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는 ‘상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채는 언제나 이러한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많이 버는 사람이 빚도 많다.” 따라서 우리는 전체 부채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한편,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소득층 이외의 계층, 특히 소득분위 기준 중하위 계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9] 거시경제적 지표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라고 치부되는 바로 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계,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가계,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의 지출을 조절할 여지가 없는 가계, 결과적으로 점증하는 부채와 따라서 커져만 가는 부채부담에 시름하는 가계, 이런 상황 속에서 제도와 정책에 호소할 수도 없는 가계. 이들 가계의 부채가흔히 사용되는 표현을 빌리자면곧 “성장 동력의 저해 요인”이다. 사실 ‘성장’을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다. 오늘도 부채에 한숨짓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다수’라는 점은 부인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소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정말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이 바로 여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6.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이러한 실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우선 “소득분위별, 용도별 미시적 가계부채 자료에 대한 철저한 분석[10]" 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사회 각 층위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안심전환대출’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정작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분위별, 용도별 가계부채 분석을 통해 분위별·용도별 가계부채 부담 개선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식비, 주거비, 교육비 등 개인 차원에서 지출 경감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부채유발요인을 줄이는 정책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지원이 꼭 “무상○○”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사회활동을 매개하는 공공영역학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주택 등에서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에 개인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차등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해결과 재정 효율성 양자 모두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자가 채권을 통해 획득하는 이자소득 중 일정 부분을 부채부담을 경감시키는 제도에 투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가능한 대책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운용함으로써 발생한 이자수입에 부과하는 세금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제반 정책에 직접적으로 할당하는 식으로 말이다. 학자금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채무자가 이용한 대출상품의 ‘종류’와 그 대출이 관련된 ‘지원 분야’를 막론하고, 대출 - 이자소득 - 지원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원 대상’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제도와 정책을 편성·정비해야 함은 부연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부채가 향후 건설적인(constructive) 10년”을 향한, 공존 가능한(coexistent-able) 미래를 향한 한국사회의 발걸음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땅을 다지지 않고서는 건물을 올릴 수 없다.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사회 모든 계층의 삶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를 위해 가계부채의 구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가장 큰 ‘투자’이다. 앞으로의 10년 간 국가와 민간기업, 공공단체를 막론한 사회 각계각층에 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문하면서 글을 맺는다.

 



[1] “개인회생제도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고 있는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절차로서, 2004. 9. 23.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즉 개인회생제도란, 총 채무액이 무담보채무의 경우에는 5억원, 담보부채무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인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가 3년 내지 5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입니다.

[출처: 대한민국 법원, 전자민원센터 http://help.scourt.go.kr/nm/min_2/min_2_2/min_2_2_1/index.html]

[2] “은행권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으로 2015324일 선보였다. 대출금 전액분할상환은 완전고정형 연 2.65%, 5년 주기 조정형 연 2.63%. 30% 만기일시상환형을 선택할 경우 여기에 0.1%포인트가 가산된다. 2%대 중반의 금리로 대출을 10~30년까지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보인지 사흘 만에 한도금액인 20조원이 소진되자 201543일까지 추가로 20조원을 판매하기로 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안심전환대출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3] 출처: [파이낸셜 포커스] 헛다리 짚은 안심전환대출 (서울경제 2015. 5. 27.)

 

[4] 김지민. 2013. “가계부채의 현황 및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5] 위 논문.

[6] 김우영, 김현정. 2009. “가계부채의 결정 요인 분석.” 『금융경제연구』. WORKING PAPER 380.

[7] 앞서 소개한 김지민의 연구에서는 2- 13차의 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하여 가계부채의 현황 및 결정요인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결정요인의 변수를 주택마련, ② 전세금마련생활비마련 3가지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교육비가 가계부채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비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소개한 논문 대신 1- 10차 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한 김우영, 김현정의 연구를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8] 출처: <위기의 가계부채> ② 곳곳에 '약한 고리' (연합뉴스 15. 5. 31.)

[9] 따라서 IMF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부채가 소비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가계의 고정자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가까운 장래의 거시경제에 위협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동아일보 15. 5. 27)라고 분석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고정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는 말인가?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10] 출처: “한계기업 구조조정 필요소득별 가계부채 분석해야” 
- 28일 한국은행 경제동향간담회 논의내용 (머니투데이 1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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