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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하수처리장 [2004년 12월 02일]
등록일 : 2014-07-2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490



▶ 폐수 재처리 시설을 거쳐나온 방출수 연못에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다.


제철소는 공해를 배출하게 마련이다. 지금도 100만t의 쇳물을 뽑으려면 170만t의 철광석과 40만t의 유연탄이 들어간다. 날리는 먼지와 유연탄이 탈 때 나오는 연기부터 문제다. 시뻘건 쇳덩이를 식히는 데 엄청난 공업용수가 들어가니, 폐수 처리 또한 골칫거리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제철소는 최상의 공해처리 설비를 갖춰야 한다. 포스코는 처음부터 공해처리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국제환경기준치보다 훨씬 강화된 원칙을 제시했다. 제철 공장의 공터를 씻어낼 빗물까지 정화시설을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포스코 초창기에 원료부두의 먼지를 확실히 못 잡아 애를 먹었다. 자주 물을 뿌렸지만 햇빛과 바닷바람을 당해내기 어려웠다. 70년대엔 형산강 건너편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흰 빨래를 널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는 포스코를 도와준 포항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도 돌아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했다. 그만큼 포스코의 공해방지 노력이 각별해졌고, 요즘은 여러 기술이 개발돼 굉장히 좋아졌다. 광양제철소를 세울 때는 포항제철 때 못 푼 한(恨)을 씻어보자며 덤볐다. 설계단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 기술을 도입했다.

포스코의 폐수 방출량은 국내 제조업체 중 1위다. 그러나 모든 폐수를 100% 완벽하게 재활용한 것이 오래 전의 일이다. 방출수 수질은 1등급이다. 포스코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싱싱하게 헤엄치고 다닌다. '제철소는 공해산업'이란 선입견은 포스코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를 얻기까지 엄청난 투자가 필요했다. 포스코 총 설비투자액의 9.1%가 공해방지에 들어갔다. 포항의 경우 12조7100억원의 투자액 중 1조1620억원을, 광양은 총 투자액 15조1860억원 가운데 1조3870억원을 공해방지설비에 쏟아부었다. 포스코는 요즘 장시간 폭우가 쏟아져도 그 빗물까지 완전히 정수시키는 방안을 궁리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해 방지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성과 인식이 더 중요하다. 부산시 기장군 임랑리의 고향 마을에는 유일한 '나의 집'인 스틸하우스가 있다. "철강인답게 스틸하우스를 남겨 달라"고 자식들이 졸라서 오래된 한옥을 허물고 지었다.

스틸하우스에 머물 때면 새로 놓은 수세식 화장실이 걱정됐다. 여기서 내려간 물이 고향산천을 오염시키지나 않을지…. 스틸하우스 옆에는 '좌천강'이란 맑은 개천이 흐른다. 이 개천에 '하수처리설비'를 짓겠다고 하자 나는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동네의 모든 하수를 처리하는 그 시설을 우리 집 뜰 부근에 짓도록 했다.

황혼 무렵 나는 고향집을 나와 바닷가를 산책한다. 그곳에서 멀리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한국 최초의 원전이다. 요즘 그 돔을 볼 때면 핵폐기물 문제를 떠올린다. 석유 한 방울 안 나고 수력발전도 힘들어 우리 스스로 선택한 대안이 원전이었다. 우리 필요에 따라 원전을 세웠다면 핵폐기장도 어딘가에 만들어야 한다. 우리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도 나는 군가 중에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라는 구절을 흥얼거리곤 한다. 다들 싫어해도 누군가 나라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우리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사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만간 고향에 내려가면 나는 또 원전 돔과 스틸하우스 옆의 하수처리시설을


2004년 12월 02일  [중앙일보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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